오페라

9. 초보자를 위한 오페라 용어 사전

world1info 2025. 4. 13. 20:38

오페라를 감상하거나 공부하다 보면 생소한 용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레치타티보, 아리아, 리브레토, 콜로라투라 등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 때문에 오페라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 용어를 이해하면, 오페라의 구조와 매력을 훨씬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초보자들이 알면 좋을 주요 오페라 용어들을 설명한다.

아리아(Aria)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내는 것은 바로 ‘아리아’다. 아리아는 인물의 감정이나 생각을 노래로 표현하는 독창곡으로, 극의 흐름을 멈추고 등장인물의 내면을 강조한다. 아리아는 종종 작품의 하이라이트로 여겨지며, 성악가의 기량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예를 들어 푸치니의 《토스카》 중 ‘Vissi d’arte’는 여주인공이 고뇌를 토로하는 장면으로, 감정의 진폭이 극대화된 명장면이다.

레치타티보(Recitativo)

레치타티보는 말하듯이 부르는 노래 형식으로, 오페라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사용된다. 일반적인 대사 대신 음악적으로 처리된 이야기 전달 방식으로, 등장인물 사이의 대화나 상황 설명에 주로 활용된다. 리듬과 멜로디가 자유로운 형태로 진행되며, 오케스트라의 반주도 간결하게 유지된다. 빠르게 전개되는 장면에서 자주 등장하며, 이후 이어지는 아리아나 중창과의 대비를 통해 극적인 효과를 높인다.

리브레토(Libretto)

‘리브레토’는 오페라의 대본을 의미한다. 대사, 가사, 장면 설명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작곡가는 이 리브레토를 바탕으로 음악을 만든다. 종종 문학 작품이나 희곡을 각색하기도 하며, 리브레토 작가(librettist)는 극의 언어적 구조를 책임지는 핵심 인물이다. 음악이 아무리 훌륭해도 리브레토가 빈약하면 오페라 전체의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

콜로라투라(Coloratura)

‘콜로라투라’는 빠르고 화려한 기교적 음형을 의미하며, 특히 소프라노의 고음 아리아에서 자주 사용된다. 성악가의 정확한 발성과 테크닉이 중요하며, 도니체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 ‘광란의 장면’이나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아리아가 대표적인 예다. 화려한 음표의 연속 속에서도 감정을 잃지 않는 표현이 관건이다.

서곡(Overture)

서곡은 오페라의 맨 처음,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연주되는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작품의 분위기를 암시하거나 주요 음악 주제를 미리 들려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은 작품의 유쾌하고 빠른 템포를 미리 암시하며, 독립적인 연주곡으로도 인기가 높다. 서곡은 오페라 감상의 첫 관문으로, 주의 깊게 들으면 작품 전체의 테마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

다카포 아리아(Da Capo Aria)

다카포 아리아는 ABA 형식으로 구성된 아리아다. A 부분을 처음 부르고, B 부분에서 분위기를 바꾼 뒤, 다시 A 부분으로 돌아가는 구조다. 이때 마지막 A 부분은 처음의 A와 달리 장식과 감정이 더해져 성악가의 해석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헨델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며, 연주자가 자신의 감정을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카덴차(Cadenza)

카덴차는 성악이나 기악에서 독창적인 즉흥연주처럼 연주되는 구간으로, 대부분 자유로운 리듬으로 진행된다. 원래는 연주자의 기량을 뽐내는 용도로 삽입되었으며, 오페라에서는 아리아의 마지막 부분이나 중요한 전환점에서 등장한다. 때때로 지휘자의 암시 없이 연주자 스스로 연주를 끝맺는 경우도 있다.

중창과 합창(Ensemble & Chorus)

중창은 두 명 이상의 성악가가 함께 부르는 노래로, 인물 간의 감정과 갈등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베르디의 《리골레토》 중 4중창 ‘Bella figlia dell’amore’는 각 인물의 생각이 음악적으로 교차된다. 반면 합창은 다수의 인원이 한 목소리로 부르는 장면으로, 집단적인 감정이나 배경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예를 들어 오페라 《나부코》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집단의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전한다.

브린도(Brindisi)

이탈리아어로 ‘건배의 노래’를 뜻하며, 주로 등장인물들이 파티나 축제에서 술잔을 들고 부르는 경쾌한 합창곡이다. 가장 유명한 예로는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Libiamo ne' lieti calici(축배의 노래)’가 있다. 이 장면은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암시하고 극 중 인물들의 관계를 드러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파르란도(Parlando)

노래를 하기 보다는 말하듯 리듬감 있게 부르는 창법으로, 레치타티보보다 더 자연스러운 말에 가깝다. 주로 희극 오페라에서 대화체처럼 쓰이며, 빠른 말장난이나 위트 있는 장면에서 효과적이다. 로시니나 모차르트의 오페라 부파 작품에서 자주 등장한다.

스핀토(Spinto)

성악가의 목소리 분류 중 하나로, 이탈리아어로 ‘밀어붙이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주로 스핀토 소프라노스핀토 테너처럼 사용되며, 서정성과 드라마틱한 힘을 동시에 갖춘 목소리를 말한다. 푸치니의 오페라에서 자주 요구되며, 감정의 폭이 큰 아리아에 적합하다.

브레비(Previ)

짧은 합창 또는 음악적 인용으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기 전 간결하게 등장한다. 극적인 연결을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을 하며, 관객에게 일시적 정서를 전달하거나 주제를 상기시킨다. 비교적 간단한 구성이나 상징적인 역할로 사용된다.

칸타빌레(Cantabile)

‘노래하듯’이라는 뜻으로, 부드럽고 유려한 선율을 가진 아리아나 멜로디를 지칭한다. 종종 '칸초네(Canzone)'와 혼동되기도 하지만, 칸타빌레는 표현 방식이고 칸초네는 음악의 장르 또는 개별 곡을 의미한다. 특히 벨칸토 오페라에서 자주 등장한다.

오페라 코미크(Opera comique)

프랑스 오페라의 한 장르로, 희극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반드시 유쾌한 내용만 다루지는 않는다. 말로 된 대사와 음악이 함께 있는 형식이 특징이며, 비제의 《카르멘》도 원래는 이 형식에 속한다. 노래와 대사가 섞여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이탈리아 오페라와 구분된다.


혼동하기 쉬운 용어 비교

  • 아리아 vs 레치타티보: 아리아는 감정을 표현하는 독창곡이고, 레치타티보는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주는 말하듯 부르는 노래다.
  • 오페라 부파 vs 오페라 세리아: 부파는 희극적인 내용을, 세리아는 비극적이고 진지한 내용을 다룬다.
  • 중창 vs 합창: 중창은 소수의 인물이, 합창은 집단이 함께 부르는 형식이다.

 

9. 초보자를 위한 오페라 용어 사전

 

이 외에도 많은 용어들이 있지만, 초보자들이라면 이 정도 용어들만 알아도 감상하는데 충분히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용어 하나하나가 작품 감상의 깊이를 결정짓는다. 특히 오페라에서 같은 음악적 표현도 맥락과 장르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므로, 용어의 의미를 아는 것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감상의 도구가 된다. 감동적인 아리아에 숨겨진 의미를 이해하고,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장면들의 구조를 파악하고 싶다면 용어 공부는 필수적인 준비 과정이다. 입문자일수록 오페라를 단지 ‘소리’로만 감상하기보다, 그 구조를 조금씩 알아가며 접근해 보자. 더 많은 것이 들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