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오페라 성악의 종류와 목소리의 세계
목소리로 구성된 드라마
오페라는 단순한 음악 공연이 아니라, 드라마와 음악, 연기, 무대 예술이 결합된 종합예술이다. 그리고 이 종합예술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인간의 목소리, 즉 성악이다. 오페라에서 성악가는 단순히 노래만 잘해서는 안 된다. 극 중 인물의 감정과 성격, 상황을 음악으로 전달하는 역할까지 함께 수행해야 한다. 그러므로 오페라에서의 목소리는 곧 캐릭터의 성격과 드라마의 중심축을 설명하는 주요한 수단이 된다.
성악은 여성과 남성 모두 각각 세 가지 기본 음역으로 나뉘며, 이 음역대 안에서도 성격과 기술에 따라 다양한 하위 분류가 존재한다. 이 분류는 단순히 노래의 높낮이만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목소리의 질감, 강도, 색채감, 표현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해진다. 따라서 오페라 감상을 할 때 각 성악 음역대별 역할과 특징을 알고 있다면 작품 이해도와 감상 깊이가 훨씬 더 깊어질 것이다.
여성 성악: 고음의 섬세함과 강렬함
오페라에서 여성 성악은 주로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콘트랄토로 나뉘며, 각각의 음역은 캐릭터의 이미지와 역할에 밀접하게 연결된다.
1. 소프라노
소프라노는 세 가지 음역대 중 가장 높은 여성 음역으로, 많은 오페라에서 여주인공을 맡는다. 사랑에 빠진 순수한 인물부터 비극적인 운명을 맞는 영웅적인 캐릭터까지 다양하다. 대표적인 소프라노 아리아로는 푸치니의 《잔니 스키키》 중 “O mio babbino caro”가 있고, 마리아 칼라스, 안나 네트렙코가 대표적인 소프라노 성악가이다.
1-a.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는 뛰어난 기교와 화려한 고음을 구사하며, 종종 초현실적이거나 신비로운 존재를 맡는다.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중 “Der Hölle Rache” (밤의 여왕의 아리아)는 이 유형의 대표곡이며, 디아나 담라우, 사바리쉬가 그 정점에 있는 성악가들이다.
2. 메조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는 중간 음역을 가지며, 강인한 여성이나 남장을 한 소년, 어머니, 마녀와 같은 복합적인 캐릭터에 자주 배치된다. 비제의 《카르멘》에서의 “Habanera”는 대표적인 메조소프라노 아리아로, 체칠리아 바르톨리, 엘리나 가란차 등이 이 역할로 사랑받는다.
3. 콘트랄토
콘트랄토는 가장 낮은 여성 음역으로 드물지만 깊고 성숙한 감정 표현에 탁월하다. 글루크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중 “Che farò senza Euridice”는 이 음역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예이다. 대표적인 콘트랄토 가수로는 마리안 앤더슨, 에리다 로렌스가 있다.
남성 성악: 드라마의 무게중심
남성 성악은 테너, 바리톤, 베이스로 나뉘며, 각각 오페라 내에서 극의 갈등을 이끌거나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1. 테너
테너는 가장 높은 남성 음역으로, 대부분의 오페라에서 남자 주인공을 맡는다. 강한 열정, 순수한 사랑, 또는 비극적인 운명을 가진 인물들을 표현한다. 푸치니의 《투란도트》 중 *“Nessun dorma”*는 테너의 대표 아리아이며,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등이 이 음역대에서 전설적인 명성을 얻었다.
1-a. 리릭테너
리릭 테너는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표현력이 뛰어나며, 푸치니의 《라 보엠》에서 로돌포가 대표적이다. 《라 트라비아타》의 알프레도도 이 부류에 속한다.
1-b. 드라마틱 테너
드라마틱 테너는 극적인 상황에 강하며, “E lucevan le stelle” (토스카) 같은 아리아에서 감정의 폭을 크게 펼친다. 바그너 오페라에서는 특히 헬덴테너가 사용되며, “In fernem Land” (로엔그린)가 그 예다.
2. 바리톤
바리톤은 가장 유연한 음역을 가지고 있으며, 주인공의 친구, 경쟁자, 때로는 반대편에 선 인물까지 폭넓은 역할을 소화한다.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피가로의 아리아 “Largo al factotum”은 바리톤 대표곡으로, 셰릴 밀른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가 유명하다.
3. 베이스
베이스는 가장 낮고 무게감 있는 음역이다. 왕, 신부, 악당, 혹은 유머러스한 인물까지 다양하게 묘사된다.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 중 “Madamina, il catalogo è questo”는 재치 있고도 깊은 베이스의 매력을 보여준다. 사무엘 레이미, 르네 파페는 이 음역에서 대표적인 명가수들이다.
성악의 배역 분류는 왜 중요할까?
오페라의 배역은 단순한 음역 구분을 넘어서, 등장인물의 심리와 스토리 구조에 따라 정교하게 설계된다. 같은 소프라노라도 리릭과 드라마틱은 표현하는 감정의 결이 다르며, 바리톤의 위치에 따라 한 인물이 영웅이 될 수도, 악당이 될 수도 있다. 연출가는 각 성악 음역의 특성과 조화를 고려해 배역을 결정하며, 성악가도 자신의 목소리 유형(Fach)에 맞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성악 분류는 오페라에서 단순한 음악적 도구가 아닌 서사의 해석 도구가 된다.
감상할 때 주의 깊게 들어보면
오페라를 감상할 때는 무대 장치나 자막만 보지 말고, 각 성악가의 음색, 성량, 표현 방식에 주의를 기울여보자. 예를 들어 같은 ‘사랑의 고백’이라도 테너의 감미로운 음성과 바리톤의 절제된 고백은 전혀 다른 감정으로 전달된다. 또 소프라노의 고음이 단순히 높기만 한 게 아니라 절절한 감정의 폭발이라는 점에 주목하면, 음악을 통해 등장인물의 내면을 읽는 재미가 더해진다.
오페라 속 목소리의 의미를 새롭게 바라보자
오페라를 단순히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공연’으로만 생각하던 시선을 거두고, 각 인물의 성악 유형과 감정 표현 방식에 주목해보면 작품의 숨겨진 깊이를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오페라 초보자일수록 성악가의 역할 분류를 이해함으로써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드라마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다. 다양한 성악의 세계는 단지 듣는 음악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이야기, 그리고 예술의 본질을 체험하게 해주는 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