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26. 오페라의 역사 (2) 글루크의 오페라 개혁과 고전주의 시대 오페라

world1info 2025. 4. 24. 16:25

1. 오페라의 개혁: 크리스토프 빌리발트 글루크 (1714~1787)

18세기 중반, 오페라는 점점 형식적이고 인위적인 구조에 갇히고 있었습니다. 특히 오페라 세리아(opera seria)는 극적인 설득력보다 유명 성악가의 기교와 카스트라토 중심의 아리아 남발로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 시대의 관객들은 줄거리보다 ‘누가 어떻게 노래하는가’에 더 관심을 두게 되었고, 음악은 이야기의 흐름을 보조하기보단 오히려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경직된 양식을 개혁하고자 나선 인물이 바로 크리스토프 빌리발트 글루크(Christoph Willibald Gluck)입니다. 그는 오페라를 원래의 이상—극적 진실성과 감정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가진 종합예술—로 되돌리고자 했습니다. 글루크의 오페라 개혁은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 음악은 드라마를 도와야 한다: 오페라는 이야기의 흐름과 감정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하며, 음악은 이를 강화하는 수단이어야 한다.
  • 형식보다 내용이 우선이다: 아리아, 레치타티보, 합창, 발레 등 각 요소는 드라마를 위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 성악 기교보다 감정 전달이 우선이다: 카스트라토와 성악 스타 중심의 작위적인 아리아보다는, 등장인물의 감정과 상황에 맞는 음악을 우선시했다.

이러한 개혁의 대표작이 바로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Orfeo ed Euridice, 1762)입니다. 이 작품에서 글루크는 전통적인 아리아의 반복적 구조(다 카포 아리아)를 제거하고, 감정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새로운 형식의 음악을 선보입니다. 특히 지옥으로 내려가는 오르페오의 절규는 강한 극적 긴장감을 전달하며, 음악과 무대, 이야기의 유기적 통합을 보여줍니다.

글루크의 개혁은 이후 프랑스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켜, 《알체스테》(Alceste)와 《이피게니아》(Iphigénie) 시리즈 등을 통해 프랑스 오페라에 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2. 고전주의 오페라의 전성기: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1756~1791)

글루크가 오페라에 ‘드라마의 진실성’을 되돌려놓았다면,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 A. Mozart)는 오페라를 예술적·인간적으로 가장 깊은 경지에 올려놓은 작곡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오페라 세리아와 오페라 부파 양쪽에서 탁월한 작품을 남겼고, 인간 감정의 미묘한 결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데 있어 전례 없는 능력을 보였습니다.

1) 오페라 부파의 걸작: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모차르트는 이탈리아 희극 오페라 양식을 계승하면서도, 단순한 유희를 넘어 사회적, 철학적 성찰을 담았습니다.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1786)
프랑스 혁명 전야의 사회를 배경으로, 하인을 주인보다 더 영리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귀족 계급의 허위와 위선을 풍자하면서도, 등장인물 모두에게 공감 어린 시선을 보내며 인간애를 그려냅니다. 특히 2중창, 3중창, 4중창 등 다양한 앙상블을 통해 인물 간의 감정이 동시에 얽히는 구조는 이후 오페라 작곡의 새로운 모델이 되었습니다.

《돈 조반니》(Don Giovanni, 1787)
전설적인 바람둥이 돈 후안을 주인공으로 한 오페라로, 희극성과 비극성이 공존하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단순한 유쾌한 부파에서 벗어나, 인간 욕망과 죄의식, 죽음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 ‘오페라 드라마티카’라고도 불립니다.

2) 오페라 세리아의 새로운 방향: 《티토의 자비》, 《이도메네오》

모차르트는 기존의 형식화된 오페라 세리아에 인간적인 깊이를 불어넣었습니다.

《이도메네오》(Idomeneo, 1781)는 트로이 전쟁 이후 귀환한 크레타 왕 이도메네오가 신과의 약속으로 인해 아들을 희생해야 하는 딜레마를 중심으로 한 작품입니다. 신과 인간, 의무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글루크의 개혁 정신을 계승한 드라마 중심의 세리아로 평가받습니다.

《티토의 자비》(La Clemenza di Tito, 1791)는 로마 황제 티투스의 용서와 관용을 주제로 하며, 모차르트의 마지막 오페라 세리아입니다. 인간적 연민과 이상적 통치자의 모습이 돋보이며, 대규모 합창과 섬세한 아리아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3) 독일어 오페라의 가능성: 《마술피리》

모차르트는 이탈리아 오페라 외에도 독일어로 된 징슈필(Singspiel, 노래와 대사가 섞인 독일 오페라) 형식의 걸작을 남겼습니다. 대표작이 《마술피리》(Die Zauberflöte, 1791)입니다.
이 작품은 동화적인 이야기 속에 계몽주의 이념, 프리메이슨적 상징, 인간성의 성장 등을 녹여냈습니다. 파파게노 같은 유쾌한 등장인물과 함께, 밤의 여왕 아리아 같은 고난도 아리아, 그리고 철학적 상징이 공존하는 걸작으로, 독일 오페라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26. 오페라의 역사 (2) 글루크의 오페라 개혁과 고전주의 시대 오페라


3. 모차르트 이후: 고전주의의 완성과 낭만주의의 문턱

모차르트는 35세의 나이에 요절했지만, 그의 오페라는 이후 낭만주의 오페라 발전의 기초가 됩니다.
그는 ‘감정을 진실하게 표현하는 음악’, ‘등장인물의 개성 표현’, ‘합창과 앙상블의 효과적 활용’이라는 세 가지 유산을 남겼고, 이는 베토벤, 베버, 베를리오즈, 바그너 등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모차르트 이후의 오페라는 보다 자유로운 감정 표현과 서사 구조로 나아가며, 낭만주의 오페라의 서막을 열게 됩니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흐름은 다음 편에서 보다 본격적으로 다루게 될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 프랑스 그랑 오페라의 등장입니다.


마무리

글루크와 모차르트는 고전주의 시대 오페라의 ‘이성’과 ‘감성’을 각각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한 사람은 오페라의 구조를 정비하고 이상을 회복했으며, 다른 한 사람은 그것을 인간적인 공감과 음악적 아름다움으로 완성시켰죠.

이 둘이 만들어 놓은 오페라의 기틀이 이후 낭만주의 오페라의 눈부신 발전으로 이어지며, 오페라를 단지 귀족의 유희를 넘어 보편적 감정과 사유를 담은 예술로 자리 잡는 데 기여하게 됩니다.